
아주 잘 정돈된 서점의 책들을 보는 것보다, 약간은 중고서점의 서적같이 이것 저것 자유롭게 꽂아있는 책들의 배열이 더 기분좋게 느껴진다. 누군가가 빼서 미처 안쪽으로 더 밀어넣지 않은 책을 집어들었는데 그 책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라면 더할나위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서점은 도서관만큼 재미나고 신선하고 풋풋한 곳이다.
벼룩시장에 버금갈 만큼 보물창고다운 면모를 보일 때도 있다. 할인코너에서 50%의 반값할인으로 나를 유혹할 때가 그렇다. 멀리서도 그 유니크함이 확연한 외국서적 몇 권이 눈에 띄면 그 다양성이 더욱 배가 된다.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낯익은 책들이 과감하게 진열되어 있다. 얌전한 시집코너에 들려 무작위로 고른 시집 한권, 몇 페이지의 짧고 강렬한 서정시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학코너는 조금 소란스럽고 집중력강한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괜시리 긴장되기도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도 힘들다. 흔히 들리는 잡지코너에서는 패션분야에만 유독 사람들이 몰려 있다.
각 코너를 그렇게 기웃거리다가 진정으로 마음에 드는 책을 한권 고른다면, 정말 그런 날은 의미있는 날이 되는 것이다.
책을 빌리지 않고 산다는 것은 우선 읽고 싶다는 강한 욕구에 의한 것이겠지만, 더 나아가 그 책을 계속 소장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신중하게 고르고, 그 보다 더 신중하게 구입한다. 그러면 서점의 책들만큼 집안 서재의 책들도 그들마다 주제와 특징을 가지고 책장을 차지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서재는 하릴없이 꽃혀있는 책들이 없다.
오늘같이 마음이 텁텁한 날에는 이런 서점이 적당하다.
그런 날에는 커피 한 모금보다
가지런한 책들에서 뿜어나오는 맑은 종이향이 더
알맞기 때문이다.
나의서재도 마음이 텁텁한가 보다. 갑자기 텅 비어 보인다.
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