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멀미와 졸음이 동반하는 가을 점심. 낮. 오후.
꼭 졸린 커피에 미지근하게 어지러운 우유를 섞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 유난히 더운 탓이기도 하리라.
이상하게 오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듣는 재즈는 어느 때보다 감미롭고 상큼하다.
군더더기 없이 소리 그대로 맑게 흥이 나서 갑자기 이 시간이 호사스럽게 변한다.
하지만 오후에 듣는 재즈는
뭔가 텁텁하다. 땅콩가루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처럼
맛은 여전한데 이상하게 혀에서 거슬린다.
2~4시에는 가급적 듣지 말아야지.
가을이 벌써 온 것이 조금은 얄밉다.
그 와중에 조금 더운 것도.
아직 뭔가 뚜렷하게 계획을 세우지도, 뭔가를 마련하지도 않은 상태로
겨울을 맞이할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난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왠지 해야 했을 뭔가가..머리를 아프게 한다.
뭐였을까.
정기적인 건강검진, 솜이불 사기, 두껍고 색이 촌스럽지 않은 검정 스타킹 쟁여두기,
스타벅스 원두 사기, 색이 고운 텀블러 고르기, 가을 재킷 세탁소에 맡기기,
오래 연락을 못 한 친구와 점심 약속하기, 책상에 쌓여있는 이면지 정리하기
몸무게 확인하기, 겨울에 어울리는 매니큐어 꺼내놓기
이런 것들..
지금 이 시간에 가장 알맞은 세상 밖 소리
자동차 엔진 소리, 야외 주차장에서 나는 둔탁한 기계음,
미세한 바람 소리, 여러 무리의 이야기 소리,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면서
커피를 마신다.
뭔지 모르지만,
몹시 졸린 나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