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 텅빈 어느 강의실 밖에서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정도로 어수선했다. 버스를 타고 정거장에 내려 몇 분 걸어오는 내내 일요일의 외로움은 적어도 무미건조하진 않다라는 생각뿐이었다. 당연히 매점은 문을 닫았고, 볼펜과 색연필밖에 눈에 띄지 않는 조그만 팬시점에는 오타쿠같은 아저씨만 앉아 있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당연히 새로운 세상을 이겨내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고, 나는 그 맥락 속에서 하필이면 가장 차분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커피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판매기는 어느곳에서나 필요한 동전의 주입과 그에 따른 버튼인식만 가해지면 어디서나 결과물은똑같은 썩 꽨찮은 기계이다. 그런 알찬 기계에서 뽑아져 나오는 커피맛 또한 그러리라. 설탕커피,크림커피,블랙커피와 같은 단순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양은 많았고 크레마라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거품 또한 그럴듯 했다.
automat coffee와 알 수 없는 이들의 얘기뿐인 newspaper를 사이에 두고, 자발적인 이방인으로 새로운 세계를 방문한 나는 기나긴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누구 하나 내게 말을 시킬 수 없을 만큼 조용하고 때이른 한 낮이었지만 더이상 나는 당황스럽지 않았다.
커피 맛은 ..
그러니까, 설탕커피에 우유를 살짝 부은 미지근하면서 달달한 ..어디서든 지겹지 않은 맛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때부터일까, 낯선 곳에 걸음을 멈출 때면 나는 꼭 자판기를 찾는다. 땅콩과자여도 괜찮고 초코쿠기여도 상관없다. 커피 자판기라면 웃음부터 나올 것이다. 아주 비싼 값이 아니라면 나는 자판기에서 금방이라도 친근한 곳으로의 티켓과도 같은 <익숙함>을 집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판기가 고장이 났나면? 글쎄..그것도 이미 익숙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