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책이 화근이었을까.
아님, 왠지 느끼한 무언가가 마구 먹고 싶었던 별날 입맛이 문제였을까.
레서피는 완벽해 보였고, 재료도 어느 정도 준비되었다. 배고픈 사람들이 보내는 다정스러운 눈빛에, 응원에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 갔다. 그렇지만, 끝까지 내가 '새우 카르보나라'는 처음으로 만든다는 얘기는 숨겼다. 어쩌면 그게 가장 큰 이유일지도.
근사하게 만들어, 흐믓하게 식탁을 장식하며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
온갖 야유와 핍박으로 얼룩진 금요일 저녁 식사.
책임감으로 끝을 맺은 식사 시간을 점령하는 뜻모를 침묵.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있기도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의 연습과 응용이 필요한 미천한 인물인 것을..
'의욕만 앞선' 나의 카르보나라..
조용히 밖으로 나와, 어딘가에 남아 있던 상그릴라를 작은 유리잔에 따라서 한 모금 마신다.
남은 뒷정리는 어차피 내 몫이니까..힘을 내야지.
요리책이란 요것.
얄밉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