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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이킹파우더가 밀가루와 우유와 계란과 만나, 한없이 맑고 티없이 향긋하게 오븐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것에 늘 경외심을 가져 왔다.
저 묽은 반죽이 내 혀끝을 감미롭게 하고, 사치스럽게 허기진 배를 채우며 전기값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엄마의 의구심을 잠재울만한 걸작이 탄생될지는, 180℃ 의 온도와 37분이라는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게 된다. 우습게도 그 모든 과정이 일어날 동안까지도 나는 내가 뭘 했는지 잘 모른다. 몇 개의 준비된 동작들과 두서없는 순서들이 반복되면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이 'Baking'이 의문스럽다.
어디에서쯤 버터가 우유를 격려하며, 언제쯤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가 서로의 의견을 좁히며 모양을 잡아가는지 그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같이 오븐안에 들어갈 수 도 없고 중간 중간에 오븐에서 빵틀을 꺼내 물어볼 수도 없다. 더욱이 왜 설탕의 양은 각 레시피마다 제가각인지도 모르겠다. 이스트는 도대체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왜 만들 때마다 맛이 틀리는지 따져봐야 본전도 건지질 못한다. 왜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하냐 라는 질문의 다른 버전같으니까.
25분쯤 빵은 어깨춤을 들썩거리다가 어느 정도의 모양을 잡더니 그 이후로는 흡사 냄비안에서 통통하게 터질듯 부푸는 흰 쌀밥의 알알처럼 그렇게 움직임이 유연하다. 오븐의 유리문으로 이를 지켜보자면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에 그저 마음을 놓고 방심했다가는 가장자리는 바삭하게 익고, 안은 푸딩처럼 되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후각의 자극은 이때부터가 절정이다. 카라멜향 같기도 하고, 희미한 팝콘향까지 뒤섞인다. 얄밉게도 고소한 버터향이 살짝 어른거린다. 벌써 누구는 커피를 끊이려고 일어선다. 아직 오븐은 돌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요리보다 베이킹을 선호하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모양이 너무 근사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료도 한정되어 있으며 간결하다. 수많은 테마별 레시피가 탄생되었지만, 그 기본은 너무나 확실하게 일정하다. 그 점이 한결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칼을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난투극(?)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손가락에 붙일 밴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유들은 훌륭한 요리사에게는 눈썹 끝도 안올라가게 할 어리석은 핑계로 들리겠지만 안전한 요리를 희망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꽤나 절실할 지 모른다.

어쨌거나, 커피는 오늘 운이 좋다. 안전한 베이킹에 안주하는 나에게도 행운이 따른다. 이 근사한 친구를 만났으니까 말이다. 어느 누구라도 그렇듯 한번 어깨를 으쓱해주고 싶지만, 아직 맛을 보기 전까지는 어림도 없다. 누구는 말할 것이다. ' 밥은 제대로 하면서 이런 빵을 만드는 거야? '물론 대답은 노코멘트.
왜냐하면 이런 빵과 밥을 비교하기에는 너무 심하게 둘 다 재미난 일이기 때문이다. 밥 한술을 떠먹기 전까지는, 혹은 빵 한 조각을 입에 넣기 전까지는 이런 질문은 모조리 사절이다. 아직은 소박하게 베이킹을 즐기는 이의 소소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모르지 않은가.
빵이 밥보다 더 맛있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