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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icy Pie
2009/09/21

Beyondcafe

 

 

  'Piece of Pie'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파이 한 조각을 먹기까지는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다. 호두를 잘게 써는 것부터, 또는 파이의 반죽을 잘 하기 위해서 15분간씩 시간의 간격을 두는 일까지...또는 계란을 잘 부풀어 filling의 역할로 맛을 한층 높이는 팁까지.

처음 만드는 파이였지만 정말 이름대로 'Bakewell slices'였다.

다른 빵들에 대한 추억도 조금씩은 비슷하겠지만, 왠지 이 호두가 곁들어진 파이는 호호할머니를 생각나게 만든다. 그녀가 호두파이를 잘 만들었는지 그게 매번 나오는 레시피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왠지 연관성이 짙어 보인다. 그녀의 곱게 틀어올린 머리하며 단정한 앞치마 하며 그에 버금가는 목소리하며....

파이를 화덕에서 구워내어 더 잘 여문 산딸기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탁자위에 놓고

'어디 보자, 요즘은 잘 지내고 있는거냐?'라면서 내 시름을 모두 가져갈 것 만 같다.

나는 응석받이 처럼 의자에 아무렇게나 않아 발을 이리 저리 흔들며 파이를 우구적우구적 씹어먹으며 빙그레 웃었을지 모른다. 어린 시절의 만화에는 그런 낭만이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우수도 있었으며 꽤나 복잡한 내면의 흔들림까지도 주인공을 통해서 간파할 수 있었다. 늘 파란색의 스머프만 찾았던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빨강머리 앤은 또 어떤가. 그녀가 아주머니와 입씨름을 하고 있을 때조차도 나는 그 모든 상황이 정감있게 보였다. 앤이 설겆이를 하고 있을 때에도 말이다. 늘 앤이 바라보는 지붕위의 하늘은 뭉게구름이었고, 그런 맑은 날의 하늘이 있는 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앤은 이겨낼 수 있을것만 같았다. 꼭 그렇게 말이다.

  파이 한 조각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보니, 쉬운 얻은 것은 쉽게 잃어버린다는 말이 생각난다. 설령 어렵게 얻고서는 예기치 못하게 잃어버리는 순간들은 셀 수 없이 많이 있었지만, 그 이후가 다르지 않던가. 쉽게 얻고 읽어버린 것들은 어느순간 기억에서도 사라지지만, 그렇지 않았던   많은 일들은 차곡 차곡 마음 어딘가에 혹은 손가락 몇 번째에..또는 턱의 한쪽의 점처럼 아직도 남아 있다.

파이처럼 둥근 것, 아니면 파이처럼 뽀족한 것...모두 이렇게 저렇게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파이는 너무 인생과 비슷하게 닮은 것 같기도...

뭐.. 언젠가는 바삭 바삭 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