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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y to Keep away from death
  더 오래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란 것에 대해서, 어느 잡지가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일러주었다. 즉, 어리석은 선택을 피하는 것이라는 것. 죽음과 삶의 방식을 비교해서, 인간 수명의 증진을 연구하던 듀크 대학 후쿠아 경영대학원의 랄프 키니는  최근 연구를 통해, 미국의 15-64세의 인구의 사망자 55퍼센트가 이미 선택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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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10/03/14
 

beyondcafe

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건 무척이나 상큼하고 건강한 느낌의 맛이었다. 아무런 정제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이랄까. 그러면서도 날 것이 아닌, 좀 더 깊은 질감의 풍미가 느껴졌다. 과즙을 삼키는 혀끝으로 모든 촉감이 다 반응하여 전부 뇌의 어딘가로 집중되는 바로, 그런 맛이었다.

 “아! 굉장하다.”

나는 그 단어를 아주 오랜만에 사용해보는 사람처럼 읊조렸다. 낯설면서도 그리운 맛에 갑자기 현혹된 사람처럼 말이다.

 “그래, 괜찮지? 들어봐, 잘하면 늦가을까지 이 맛을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다.”

락씨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무슨 비밀스런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며 우리를 번갈아 쳐다봤다.

 “어째서요?”

매큐는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의자를 살짝 끌어당기며 락씨에게 물었다.

 “실은, 내가 잘 아는 농장에서 이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어. 작년부터 수확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더 좋데. 내가 그쪽하고 아주 잘 아는 사이거든. 우리 카페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말을 좀 해놨지. 물량확보에는 이상이 없을 거야. 가격은 물론이고. 모르긴 해도, 이 무화과를 먹기 위해 여길 오는 사람이 생길지도 몰라.”

 “역시! 대단해요. 사장님은 참 인맥이 넓으신 것 같아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효과는 늘 기대이상이다. 락씨는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 할 뿐이었다.

 “뭐, 그렇게 추켜세울 필요는 없고.”

그는 너무 당연한 얘기를 굳이 꺼낼 필요는 없다는 투로 얘기했다. 가끔 보면, 매큐가 락씨보다 한 수 우위에 있는 것 같다. 매큐가 자신의 그림자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건 그냥 짐작이지만 락씨가 일부러 매큐의 날카로운 농담을 받아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알면서도 모른척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요, 궁금한 점이.... 이렇게 솜씨도 좋으시고, 경영 감각도 있으시면서 도대체 왜, 서점을 하시는 거죠?

매큐는 이렇게 질문하고서는 이내 대답은 별로 기대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오른편에 있는 아루굴라 샐러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조금 놀랐다. 매큐가 직접적으로 락씨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고, 그 다음은 정말로 이 질문을 하고 싶었던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락씨는 잠시 멍하게 나를 쳐다봤다. 마치 내가 그렇게 물어본 것처럼 말이다. 그도 나보다는 덜하겠지만, 놀라긴 한 것이다.

 “왠지 비난조인 것 같은데 말이지. 뭐가 잘못된 거야?”

순간 긴장감이 돌긴 했지만, 그가 가볍게 미소를 짓는 바람에 긴장된 분위기는 금세 풀어졌다. 그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는 웃음이 나오나보다.매큐는 여전히 샐러드와 눈싸움 중이었다.

 “그걸 물어본 사람이 네가 처음은 아니니까. 뭐. 그렇다고 내가 지금 서점을 잘 해나가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지.”

이건 뭐 질문도 아니고.

 “저도 그게 사실 궁금하긴 했어요.”

 “응?”

 “궁금했는데, 아직 물어보질 못했던 거죠. 이제 말이 나왔으니까, 들어 보죠. 대체 무슨 연유로 일류 요리사가 서점을 하시는 건지.”

매큐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고, 락씨는 약간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 그게 말이지.”

그가 쩔쩔매는 순간을 늘 나는 기다려 왔다. 바로 지금처럼. 물론 이렇게 허를 찌르는 질문이 반가운 것이 아니라는 점은 나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정말, 정말 미치게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잘들 들어봐. 이건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인데. 아니, 문제가 아니라 어떤 명백한 가치이지. 자..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요리를 잘하는 것과 음식점을 경영하는 것과도 큰 차이가 있는 법이야. 연관성은 있지만, ‘A는 B다’ 라는 완전 명제로 끼워 맞출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지. 안 그래?”

 

우린 둘 다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침묵이 때로는 더 많은 것을 말하기도 하고, 무마시키기도 하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얘기이긴 했지만, 그게 굳이 그가 서점을 해야 한다는 것과는 무관해 보였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요리에 있어서 내 파트를 중요하게 생각해. 내 조리공간과 식재료들의 상관관계, 혹은 접시들과의 어울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고 할까. 그렇지만, 그 이상의 관계는 버거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냥 여기까지의 역할만 하고 싶어. 그리고 페를의 결정을 도와주고, 참견하고 싶어. 그게 최선이야. 요리에 대해서는 그게 내 진심이야. 그렇지만, 서점은 달라. 서점은 그냥 소유하고 싶다고나 할까. 그게 차이점이지.

결국 락씨는 소유하고 싶은 것만 소유하는 자유인이며, 나 역시 그렇다. 더 이상의 변명도 필요 없다. 원래 그런 것이었는데, 괜히 불필요하게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충분해요.”

매큐가 말했다. 이런 것이 이심전심이라는 건가. 나 역시 그렇게 느꼈다. 

 “그럼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마저 음식을 즐기고 감상은 나중에 내가 물어보도록 할게. 특히 페를은 긴장해야 해. 중요한 문제니까.”

  그렇게 해서, 얘기는 그만두고서라도 우린 나머지 음식들에 집중했다. 처음 보기에는 그렇게 양이 많지 않았었는데, 계속 먹다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미니 케이크도 서로 색다른 맛을 자랑하듯 나름대로 독특했다. 락씨가 요리사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오락적인 감각도 지니고 있다고 할까. 그냥 먹으면서도 재밌는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꽤 락씨다운 소질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브런치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차가운 와인을 계속 마셨다. 고요한 한낮의 나른함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은 지치고 약간은 낯선 기분이 점점 가라앉을 때쯤, 배부른 기운에 나는 하품까지 나올 뻔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