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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10/11/20

beyondcafe

 

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요란스럽지 않은 링귀네

 

이건 제목이 뭐에요?”

말없이 음악을 듣던 시로코가 물었다.

“Mambo No.5이요. 이거 다음에는 8번이 나와요

근데, 혹시 영화 자유부인이라고 알아요?”

나는 갑자기 그녀에게 무언가를 마구 얘기하고 싶은 마음에 휩싸였다. 그게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길이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일단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진지하게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지도, 딱히 내 말에 흥미를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알고 계시군요. 그 영화에서 이 맘보 음악 나오잖아요. 댄스홀에서요. 명장면이죠. 근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 영화가 56년도 작품인데. 바로 전쟁 직후잖아요. 그런데 그때 이미 이런 음악이 국내에 유입이 되었고,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맘보댄스를 추며 유흥을 즐겼다는 건데. 일제 때도 그렇고, 전쟁도 그렇고, 일본이나 미국에서 들어온 문화가 그런 시련들과는 별개로 우리들의 일상을 파고들었다는 점이 새삼 놀라워요. 어쩌면 이 세상은 부각되는 한 면만 그저 존재할 뿐이고, 보여 지지 않는 나머지에서는 우리가 주목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일들로 채워져 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전쟁도 결국은 역사 안에서 사회적으로 이루어진 문화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의 현상과 또 다른 현상과의 부조리한 연결.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이번에는 좀 더 제대로 된 대답을 듣고 싶은 마음이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시로코는 내 얘기에 별 감흥도 없이 그저 컵에 녹아 있는 얼음 알갱이를 한 개 입에 넣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잘 안되자 푸념이 섞인 신음을 짧게 냈는데, 내가 그냥 손가락으로 하나 집어서 얼른 입에 넣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저기요.”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네에.” 나는 조금 긴장하며 대답했다.

의외로 말이 많으시네요.”

그녀는 다시 시선을 내게서 얼음으로 옮겨 부질없는 의욕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어떤 대화에서나 영양가 있는 아포리즘만 쏟아내는 타입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얘기쯤은 할 수 있는 넉넉하고 즐거움이 있는 인간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이래서 외모가 범상치 않은 여자들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리라. 곧이어 락씨가 두 손에 가득 봉지를 들고서는 몸으로 카페 문을 밀치며 들어왔다. 그도 역시 시로코를 보고 약간 놀라워했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락씨는 봉지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 안에서 작은 흰 봉투를 꺼내 바의 선반 위로 던졌다. 갑자기 고소한 땅콩향이 향수처럼 은은하게 퍼졌다.

호떡이야. 시장에서 팔더라고. 맛있어. 매큐도 갔다 줬어. 먹어봐.”

그렇게 말하고서 락씨는 다시 시로코를 쳐다보더니 뭐라고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시로코는 이번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진정 그녀는 무딘 사람임에 분명하다. 빛나는 칼이지만 끝은 뭉뚝한 그런 재미없는 단도와 같은. 나는 봉투를 열어 노릇하게 구워진 호떡 두 개를 확인했다. 봉투에는 그 따뜻한 열기가 미열처럼 간절하게 남아 있다.

하나 드시겠어요?” 나는 냅킨을 꺼내 호떡을 하나 들어 손에 쥐기 편하도록 한쪽을 싼 다음에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호떡을 받아 한 입 베어 먹는다. 보기보다는 경계심이 약하다. 낯선 이가 건네는 음식을 선뜻 먹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새침한 강아지를 보는 것 같다. 새침하지만 관심은 늘 받고 싶은 그런 캐릭터. 내가 여자를 보는 두 가지 관점에 있어서 그녀는 아름다운 여자에 당연히 속한다. 다만 그녀가 내 두 번째 관점인 사랑스러운여자인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모든 것에 맞아떨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직 그런 질문은 불필요하지 않을까. 내게 반문해 보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호떡을 입에 물었다. 내가 예전부터 이런 호떡을 먹을 때는 턱받이를 해야 할 정도로 칠칠치 못하다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드디어 짙은 갈색의 설탕 덩어리가 내 셔츠의 두 번째 단추가 자리하는 곳에 떨어지고, 시로코는 무표정하게 손가락으로 그 정확한 지점을 가리킨다.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별안간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락씨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오징어를 손질하고 있었다.

언제 왔어?”

시로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까 11시쯤에 왔어요. 안 그래도 너무 일찍 왔다 싶었어요.” 나는 락씨 옆으로 다가가 부엌용 냅킨으로 셔츠의 묻은 얼룩을 닦았다.

! ! 내가 말했잖아. 그런 건 화장실에서 하라고!”

버럭 소리치는 락씨의 호통에 아까 먹은 호떡 조각이 목에 걸린 것만 같다.

알았어요. 급해서 우선 이리로 들어왔어요. 아휴. 귀 떨어지겠네. 왜 그래요.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락씨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이렇게 예민해진 이유가 시로코란 손님이 예상외로 너무 빨리 와서 인지, 내가 부엌에서 얼룩을 닦아서 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얼른 나가봐. 그리고 뭔 음악이 저래?”

저렇다니요? 맘보잖아요.”

페를! 지금 내가 만들 음식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지금 나이가 몇 인데 호떡 하나 제대로 못 먹고 옷에 묻히고 그러는 거야?”

불길하다. 그의 격양된 목소리도 그렇고, 지워지지 않은 셔츠의 얼룩도 그렇다. 더 이상 있다가는 봉변을 당할 것 같아 나는 바로 부엌에서 도망치듯 나와 버렸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아늑한 공간을 찾으러.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