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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2009/09/21

Beyondcafe

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충분히 아름다운 샌드위치의 시간들

 

  락씨는 내게 본명을 말하지 않았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랬겠지만, 나는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처음에는 고민이었다. ‘Mr.락’이라고 부르기는 싫었다. 전혀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락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결국 그냥 락씨라고 부르r기로 결정하자, 그는 그 아름다운 어감에 감동이라도 한 듯 살짝 웃었고, 그 웃음에 얼어버린 나는 더 이상 이름 짓기 놀이가 재미없어져버렸다. 그가 나를 칭하는 문제는 조금 다른 것이었는데,   락씨가 나를 ‘라온’으로 부르길 원했다. 순우리말로 즐겁다는 뜻인데, 오래전부터 닉네임으로 쓰던 것이어서 나에겐 무척 친근하며 자연스러운 이름이었다. 그러나  락씨는 대번에 표절이라며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락’을 따라했다는 이야긴데, 꽉 다문 입으로 아무 말도 없이 또 내 그림자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언급할 수가 없었다. 카페 오픈을 며칠 남기지 않고 벌어진 싸움이라 귀찮기도 하고, 산뜻한 출발에 해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앞섰기에 그냥 한발짝 물러섰다. 그런데  다음날 락씨는 웬일인지 활기 띤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긴장시켰다. 내 애칭을 지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페를'. 그가 만든 이름이다. 솔로몬의 지혜라도 얻은 마왕처럼 의기양양 하며 그는 내게 이름의 뜻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라틴어인 페르소나(persona)를 아름답게 다듬었다고 했다. 락씨는 모처럼 즐거워보였다.

“페르소나가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가 썼던 가면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 멋진 얘기야. 우리 인간들 모두가 가면으로 치장하고 있는 배우잖아. 그중에서도 지독하게 멋진 건, 바로 그 가면을 쓴 인간들에게서 뭔가를 느끼는 가면이라는 얘기지. 풍부한 상상력의 융합, 그 유일무상의 존재성. 뭐, 이런 것이 떠오르지 않아?”

락씨는 해맑게 웃었다. 거침이 없는 락씨의 설명은 내겐 끝이 없는 나락처럼 아득했다.

“제가 괴물이라는 뜻이군요. 그럼.” 나는 조금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락씨의 눈이 반짝였다. “알고 있었던 거야? 뭐야. 본인도 알고 있었단 말이지.” 락씨는 신기한 듯 나를 쳐다봤다.

  락씨와 나는 그렇게 서로 호형호제는 아니지만, 락씨와 페를이라는 이름으로, 다정한 이웃사촌이자 카페 동료로서 의기투합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락씨가 우리 카페의 이름을 지어준 것은 정말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충분히 아름다운 샌드위치 맛 다음으로, 락씨에게 그렇게 감사한 적은 없었다. 'Ha 37 anni'.  우리 카페의 이름이다. 아 뜨렌따세떼 안니. 이탈리아어로 ‘그는 서른 일곱 살입니다.’라는 뜻이다. 내 나이이기도 하다. 원래 카페이름은 ‘the blue hour'로 생각하고 있었다. 근심을 잊기 위한 퇴근 후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해서, 늘 마음속으로 점찍어둔 이름이었다. 간판을 주문할 때도 거기에 맞추어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부탁해서 제작자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그만큼 애정이 있었다. 다만 락씨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이유였다. 락씨는 어린왕자의 생텍쥐페리를 언급했다. 정말 그 것만 아니어도  바꿀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어린왕자가 해가 지는 모습을 한자리에서 서른 네 번이나 지켜봤겠어. 그건 그 작품을 출간했을 때의 생텍쥐페리의 나이이기도 했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페를 넌 알지?”

물론 알고도 남는다. 하룻밤 동안 고민했다. 서른일곱인 내 나이가 자랑스럽지도, 그렇다고 후회스럽지도 않지만 카페가 여전히 서른일곱일 동안 나는 계속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하니 조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억울한 일은 아니었다. 락씨의 말처럼, 카페의 이름에서 내 본연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나는 푸른빛 간판을 포기하기로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락씨가 멋있어 보일 정도로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다. 간판 제작이며, 홈페이지 수정이며, 카페 상호 변경까지 번거로운 일들이 좀 남아 있었지만, 기분이 썩 괜찮았다. 뭔가 이제 해결되었다는 느낌이랄까. 자리를 잡았다는 느낌이랄까. 둥둥 떠다니는 무언가가 자석에 이끌려 제 모양에 맞게 끼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락씨에게 많이 웃어주었다. 락씨에게 필요한 것은 투명하고도 순수한 나의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조금 냉정하게 대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웃음이 지나쳤는지, 락씨는 계속 카페 이곳저곳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악몽스러운 락씨의 이름 짓기 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카페의 작은 부엌은 ‘루씰’(어느 유명한 음악가가 아끼는 기타 이름이란다).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커피를 만드는 바는 ‘셸리’(미국 현대시에서 읽었단다). 카페 안쪽에 책이 즐비한 책장 옆 화장실은 ‘윌리엄’(세상에나!). 내가 기거하는 부엌 맞은편 침실은 ‘부르주아’(그가 좋아하는 미술가의 성이라고 했다). 정말 이런 우스꽝스러운 놀이는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혼자 또 진지했다. 특히 이런 식으로 얘기할 때는 더욱더 진지하게.

“루씰에 새로 만든 치즈케이크가 있어 먹어봐. 셸리에 있는 책 <인간>은 언제 빌려가도 되는 거야? 윌리엄이 남녀공용이었구나. 이 봐, 부르주아의 창문에선 건너편 성당이 훤히 보이는 거야?”

미칠 노릇이었다. 락씨는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첫 단계가, 이 이름 붙이기라고 했다. 임의적으로 붙여진 사물의 명칭을 자유롭게 바꾸며 소통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했지만, 서점이 아닌 나의 카페에서 그러는 건 전혀 문화스럽지 않다는 게 내 의견이다. 내가 카페에서 루씰, 셸리 그리고 윌리엄과 소통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도대체 락씨의 그런 진지함을 매큐는 서점에서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매큐는 간단히 정의 내렸다.

“서점은 책만 잘 팔면 되고, 사장님은 월급만 안 밀리게 주시면 되는 거죠.”

역시나. 락씨의 이런 자유의지와 개방적인 사고는 사실 칭찬해야 마땅하긴 하다. 어제 술자리에서 나는 그 점을 상기시켰다. 내가 얼마나 락씨의 그런 점을 높이 사는지 말이다. 이 상황을 즐기기로 마음먹는다면 전혀 해가 될게 없는 락씨였다. 과분할 정도랄까. 락씨는 자신의 요리가 아닌 다른 것들을 칭찬하면 의심부터 하는 요리사였다. 어젯밤에도 경계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나의 칭찬을 왜곡했다.

“무슨 일이야. 페를, 벌써 취했군.”

그때 겨우 기네스 2캔 째였다. 취한 기분이 아니었다. 락씨는 그럼 계속 마시라고 했다. 내가 락씨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사실 나만 마시는 것이지만, 락씨가 술상대로는 꽤나 괜찮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술을 마시면  그저 잔소리 없이 이런 저런 화제의 이야기를 꺼내어서 내가 그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끔 한다. 혼자 무료해하거나 긴장하거나 거북해하지 않으며 그저 술 앞에서 편하게 그 시간을 즐길 줄 안다는 얘기다. 락씨는 그랬다.

  어제 그는 책 얘기며, 영화 얘기며 세상 돌아가는 수많은 이슈들을 보따리장수처럼 입안에 가득 담고서 천천히 풀어냈다. 술자리에서 만큼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그런 락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편하게 술을 마셨다. 유리문 밖으로 락씨의 서점이 보였다. <closed> 간판이 빨갛게 빛났다. 그 빛으로 퍼지는 정겨운 기운으로 한밤의 조그만 거리는 고요히 숨 쉬는 고래의 등처럼 묵직하고 다정하게 보였다. 술기운이 어느 정도 퍼졌나. 나는 탁자위의 5개의 맥주 캔으로 탑 쌓기 놀이를 하고 있었고 계속 얼음물을 마셨다.   머리가 살짝 아팠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카페를 연지 두 달이 되어 가고 있었고, 카페는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락씨의 음식은 아름다웠고, 나름대로 그도 만족해하고 있었다. 에어컨은 꺼져 있었지만, 열어놓은 창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카페 내부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나무를 스치고 불어오는 마르고 청아한 바람은 청량감을 더했다. 길게 늘어선 거리의 가로수들이 그렇게 깊은 밤의 나와 락씨를 위해 흔들거렸다.

“모든 게 그리운 밤이군.

락씨는 나직이 읊조렸다. 나는 레몬 조각을 가득 입에 물고는 미소를 지었다. 락씨는 천천히 일어나 소시지 접시를 들고 부엌으로 가져갔다. 일렬로 늘어선 맥주 캔이 눈앞에서 춤을 췄다.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없다. 보조키로 락씨가 문을 잠그고 불을 끈 후 나를 방으로 데려다 주었다고 다음날 들은 것이 전부였다. 이게 오늘 내가 기억해 낸 전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