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지지 않고, 덜 화려하며 누구의 눈속임도 필요하지 않은
프라하의 고집스런 내면을

거리의 사람들은 두껍고 어두운 색의 점퍼와 코트를 입고 있다. 웃으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없으며
어느 시간 이후에는 프라하 성 주변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보이지 않아 불안할 지경이다.
호스텔에서 준 약도에는 술집도 있고, 카페도 있지만..그 거리에는 젊은 이들이 무리지어 다니지도 않고
누구 하나 금요일 밤에 소리지르지 않는다.
차들은 작고 낡았으며, 상점은 가끔 초라하다.
그러나, 그 거리에서 나는 위축되지 않는다. 조용한 거리를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면
어느 창문 안의 조명아래에서 소곤대는 가족들의 모습이 연상되었고, 허풍떨지 않으며 누구를 쉽게
부리려 하지 않는 단정한 사람들의 몸짓이 상상되었다.

어렵지 않게 찾아간 마트.
일상적인 대형마트의 화려함과 다양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렇다고 노천시장같지도 않았다.
물건은 충분했고, 인테리어는 그 만하면 되었을 정도.
정말, 꼭 필요하지 않는 것은 살 필요가 없을 그런 가벼운 마음의 물건사기.
어지러울 정도로 털털하게 쌓여있는 딱딱한 빵들의 집합 앞에서 웃음이 나올 지경에 이른다.

그래도 내가 이미 말한 것처럼, 충분한 식품들의 구성.
몇 년 전이지만, 한국 돈으로 5천원의 값으로 저 모든 것을 사고도 남은 잔돈을 주머니에 넣고서는 나는 숙소
로 돌아온다. 밥을 하고, 사진에는 없지만 베트남 라면을 끊이고..
쥬스를 한 잔 마시고, 피클의 아삭함을 즐기고..아련하게 풍족했던 식사.
나는 가끔..프라하, 그리고 체코가 의미하는 일련의 것들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그 동안 너무 넘치는 것들에 익숙해져서, 기본의 마음, 꼭 필요한 구성력, 아양거려야 할 이유들.
쓸모없는 변명..이런 것들에서 시소타기와도 같은 놀음에 지칠 때.
프라하를 생각한다.
그 담백함과 유연함과 소박함을.
아름답고 가슴 시린 프라하 성을 옆에 두고서도..어쩜 그들은 그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그냥, 오늘 하루 몹시도 그렇게 프라하가 그립다.